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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공지능이 만든 노래 들어봤더니…“속도도 감동도 2배”

촬영·편집=김률희 PD

가수 김보형씨가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공지능 음반레이블 A.I.M 쇼케이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사진=김률희 PD

AI(인공지능) 작곡시대가 활짝 문을 열었다. 저마다 물음표를 안고 쇼케이스장에 입장했던 이들은 AI가 들려주는 음악에 환호를 보냈다. 출구를 나서며 관객들은 저마다 AI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표현하기 바빴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는 AI 음반 레이블 A.I.M 론칭 쇼케이스가 열렸다. 다소 생소한 영역이지만 많은 관객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쇼케이스는 ‘손’으로 시작했다. 음반제작사 엔터아츠는 원시시대 손뼉으로 음악이 돼 공유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 소수의 뮤지션에 의해 소유돼왔다는 점을 언급한 뒤, AI와 함께 모두의 손에서 음악이 펼쳐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찬재 엔터아츠 대표는 “저는 음악하는 사람이고 피아니스트이자 현대음악, 대중음악 작곡가”라며 “뮤지션인 저에게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대중들은 좋아하는 가수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등 음악을 소비하는 데 그친다. 음악의 모든 과정에서 주체가 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모두를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에 계신 여러분 모두 오늘부터 작곡가입니다.” ​엔터아츠와 영국 AI 스타트업인 쥬크덱이 협업에서 만든 이번 AI 음반 레이블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AI의 작곡능력이 작곡가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AI와 뮤지션은 협업 관계다. 기성 작곡가들이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고 AI를 통해 좋은 소스나 전개 방향을 얻고, 작곡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은 고도의 교육이나 전문지식 없이 쉽게 작곡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엔터아츠는 AI가 만든 원곡과 최종 완성곡을 비교해서 들려줬다. AI가 처음 만든 음악이 잘 다듬어진 재료라면 완성곡은 편곡과 노래가 더해져 맛있게 양념을 버무린 느낌이었다. 비단 뮤지션뿐만 아니라 댄서에게도 AI 작곡은 반길 만한 존재였다. 이날 공연을 펼친 팝핀 현준은 “댄서들에게 음악은 늘 숙제”라며 “내가 정말 표현하고 싶은 춤이 있는데 음악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내가 만든 음악에 춤을 추면 얼마나 멋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늘 꿈꿨는데 AI가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팝핀 현준은 즉석에서 원하는 느낌의 곡을 작곡했다. 피아노로 시작해서 드럼이 살짝 가미된 비트 있는 단조 음악을 요구했다. 20초 정도 시간이 흐르고 그가 요구한 대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즉흥 음악에 맞춰 즉흥 춤이 이어졌다. 누구나 작곡할 수 있다는 문구가 한층 와 닿았다. 이날 공연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선보였다. 발랄한 케이팝부터, 발라드, 포크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화가 가능했다. 음악 곡 구성에 있어서 기승전결과 이야기가 충분했다. 감동을 전달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공연을 관람함 김아무개씨(여‧25)는 “띵띵 기계음 정도로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어서 너무 놀랐다”며 “곡의 완성도가 좋고 기존 곡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패트릭 스탑스 쥬크덱 공동창업자가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공지능 음반레이블 A.I.M 쇼케이스에서 AI 작곡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률희 PD

패트릭 스탑스 쥬크덱 공동창업자는 “쥬크덱의 핵심은 뮤지컬 브레인인데 브레인은 음악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계적 유사성을 찾고 어떻게 음악이 만들어지는 지 이해하는 뉴럴네트워크 신경 만으로 구성됐다”며 “브레인은 이 지식을 이용해 단 30초 만에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처음 AI가 작곡한 음악을 들려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며 “올해에는 드디어 세계적으로 수 만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알파고와 비교하는 질문도 있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AI가 이세돌 바둑기사와 대국을 펼쳤던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인 탓이다. 하지만 알파고와 AI 작곡은 딥러닝 등이 사용된다는 점 외에는 학습 데이터,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

한편 박 대표는 민감한 저작권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저작권은 사람에게만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법을 정할 지 논의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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